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부실관리를 위해 단행했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올 9월 종료된다. 일부는 재연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당국은 무분별한 부채 연장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융권의 자금조달비용 증가와 시장금리 상승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부채 위험이 수면 아래 가려진 양상.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인 경매 지표나 미분양 통계는 여전히 거품 상태지만 현장에선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칠 것이란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호황을 보이던 법원 경매시장에 3월 들어 수요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2월 15.29명에서 3월 6.33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부동산 경매시장은 전체 시장의 여건과 상황에 따라 결과가 바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경기 흐름과 집값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주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며 최근 몇 년간 모든 수치에서 우상향 곡선만 그리던 경매시장에 이상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신건이 늘어난 데 비해 응찰자 수는 줄고 있는 것이다. 올 3월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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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3구 아파트 입찰자 절반 이상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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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집값 상승과 전세 품귀 현상 등으로 법원 경매시장에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늘면서 올 2월 수도권 아파트 낙찰률이 역대 최고인 74.7%를 기록했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79건으로 이 가운데 283건이 낙찰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 월 100여건 정도였던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코로나19 여파로 30~40건 수준으로 급감했다”며 “물건은 나오자마자 소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호황을 보이던 법원 경매시장에 3월 들어 수요자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경매 시장의 호황은 올 들어 2월까지만 해도 이어진 집값 상승장세의 연장이었지만 3월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무엇보다 입찰자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2월까지만 해도 물건당 많게는 50~60명씩 몰렸지만 3월 들어선 입찰자 수가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지옥션에 따르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경매 평균 응찰자 수는 2월 15.29명에서 3월 6.33명으로 60% 가까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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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 진행 건수 급증… 경기 좋지 않다는 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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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수도권 경매진행 건수는 늘었다. 하지만 낙찰률은 낮아졌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504건으로 이 중 321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63.7%를 기록했다. 이는 2월과 비교해 진행 건수(379건)는 33.0%가량 증가한 반면 낙찰률(74.7%)은 11.0%포인트 줄어든 결과다. 같은 기간 강남3구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87.5%에서 50.0%로 37.5%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수도권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2월 107.2%에서 3월 109.0%로 흔들리지 않았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 시장에서 집값이 조정을 받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지표가 입찰자 수 감소”라며 “낙찰가율은 통상 1~2개월 뒤 반영된다는 점에서 이후 추세를 좀 더 살펴야겠지만 현재 집값 상승세가 주춤거리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 급증과 관련해선 “보통 2월의 경우 설 연휴와 함께 일수도 적어 법원 접수 건수가 1년 중 가장 적지만 올핸 유독 더 적었다”며 “경매 물건 증가는 주택 수요자가 은행이자를 갚지 못해 넘어오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실물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이 큰 요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수도권 집값은 오를 만큼 올라 추가 가격 상승 기대감이 떨어진다는 점과 오랫동안 지속된 상승세에 조정이 더해졌다는 점을 주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3월 수도권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504건으로 이 중 321건이 주인을 찾아 낙찰률 63.7%를 기록했다. 이는 2월과 비교해 진행 건수(379건)는 33.0%가량 증가한 반면 낙찰률(74.7%)은 11.0%포인트 줄어든 결과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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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가 산정부터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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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전문가들은 경매시장 참여자의 가격산정에도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3월에 집행된 강남3구 경매 물건 중 송파구의 한 아파트(전용 85㎡·3층)는 14억8530만원에 낙찰됐다. 이 물건의 2순위 입찰자는 13억9000만원을 제시했다. 약 1억원 차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의 13층 물건은 2월 15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입찰자의 가격산정에 혼란이 있는 상황”이라며 “낙찰자는 지난해의 흐름으로 집값이 우상향할 것으로 봤을 것이고 2순위 입찰자는 집값이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보수적 입장이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10월엔 무리하게 높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더라도 45일 후 잔금을 처리할 때 호가가 올랐고 2개월 후 입주할 시기쯤이면 더 오른 것처럼 낙찰자는 이 같은 상황을 예측하며 입찰가격을 산정했을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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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아파트 경매 6년 연속 활황세… 올해는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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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H경매연구소가 대법원 경매정보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아파트 매각가율(감정가대비 실제 낙찰된 금액 비율)의 경우 ▲2015년 94.6% ▲2016년 93.9% ▲2017년 98.8% ▲2018년 113.4% ▲2019년 98.1% ▲2020년 108.6% 등 6년 연속 90%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장기간 높은 수준을 보인 것은 흔치 않은 일로 경매업계에선 매각가율이 90%가 넘는 경우 ‘상승장’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매각가율 사이클 상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강은현 대표는 “과거 참여정부 당시 최근보다 더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5년간 상승한 후 6년째 조정에 접어든 일이 있었다”며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고 구매력이 있는 수요가 시장에 항시 대기하고 있다면 집값이 떨어지지 않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최대한 대출을 받아 ‘공황 구매’를 한 수요자가 집값 상승에 힘을 보탰지만 올해 이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긴 무리가 있다”고 전망했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경매는 감정 후 입찰까지 통상 6개월가량 소요된다는 점에서 3월에 나온 물건의 감정가는 집값이 고점이던 지난해 9~10월쯤 평가된 것이다. 현재의 거래가나 호가보다 높을 수 있다”며 “금리 인상과 세부담 증가 등을 감안하면 매력이 떨어지는 물건들도 꽤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 들어 최근까지 경매 관련 수치가 높은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매 법정 휴정 등으로 매물이 몰렸기 때문일 수 있다”며 “연장된 대출만기 등이 도래하는 시점에선 일반 매물과 마찬가지로 낙찰가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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