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부실관리를 위해 단행했던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가 올 9월 종료된다. 일부는 재연장을 기대할 수 있지만 당국은 무분별한 부채 연장을 지속하기 힘들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금융권의 자금조달비용 증가와 시장금리 상승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부채 위험이 수면 아래 가려진 양상.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인 경매 지표나 미분양 통계는 여전히 거품 상태지만 현장에선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칠 것이란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분양시장에 10년 전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5월 두산건설이 사업 지연과 시공이윤 감소를 이유로 충남 천안 사업장을 철수한 것처럼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또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서울 강남이나 용산 등 도심 한복판에서 도시형생활주택 미분양이나 분양승인 취소가 발생하는 등 불황의 신호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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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하면 손해, 분양가 규제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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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기업 계열사가 시공을 맡은 강남의 한 펜트하우스가 분양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분양승인이 거절됐기 때문. 업계에선 분양가 규제로 영업이익이 거의 바닥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 이윤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최후엔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분양 관련 대행사 대표는 “사업을 철수하는 건 최악의 상황이겠지만 지난해 두산건설 사례를 봐도 무리하게 분양을 진행하느니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청산해 손실을 줄여야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질 공급주체인 시행업계와 분양업계에선 올 9월 만기가 도래하는 소위 ‘코로나 대출’을 뇌관으로 보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개인 대출 만기를 일괄 연장해 현재 통계에선 부실채권비율이 과소평가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은 13조9000억원으로 비율은 역대 최저 수준인 0.64%를 기록했지만 총 여신은 191조원(9.6%) 증가한 217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업여신은 12조원으로 전체 부실채권의 대부분(86.1%)을 차지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연체가 발생하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데 정부의 만기연장과 이자 유예 조치가 부실채권비율을 하락시켰다”며 “부실채권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년 동안 금융권이 만기연장 및 유예한 대출금과 이자는 100조원을 넘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
1월31일 기준 금융권 대출 만기연장은 121조원을 넘었다. 기업이나 개인의 상황에 따라 만기가 추가로 더 연장될 가능성도 있지만 금융당국은 부실기업을 골라내겠다는 입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거품 붕괴의 재현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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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아파트’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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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도 자이 크리스탈오션 무순위신청 안내. 청약통장 무(無)! 청약금 무(無)!’ 올 1월 일반분양 979가구에 2만381명이 몰려 평균 20.82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송도 자이 크리스탈오션 광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트램 건설 추진으로 가격 상승 기대감이 높아진 송도는 최근 몇 년 동안 높은 청약 인기를 보였지만 올 초 이 단지에서 14가구의 미계약 물량이 발생해 무순위청약을 진행했다. 전용면적 144~205㎡의 대형으로 분양가가 15억원을 초과해 중도금 대출과 전매가 금지됐지만 그럼에도 지역 내 수요자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심사기준 개선 이후 주요 아파트 청약경쟁률이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HUG는 올 초 건설업계의 분양가 현실화 요구에 따라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분양가를 시세의 최대 90%까지 인상했다. 소비자 입장에선 청약 유인이 줄어든 셈이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수도권 전역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남·중구 ▲세종 ▲청주 등 수요가 많은 대도시가 포함된다.
최근 분양한 대구 수성구 ‘수성범물 일성트루엘레전드’는 평균 청약경쟁률이 8.2대1을 기록했다.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는 지난해 평균 청약경쟁률이 45대1에 달했다. 올해 인천 분양시장 최대어로 손꼽혔던 ‘시티오씨엘 3단지’도 최근 청약 접수를 받은 결과 경쟁률 12.6대1을 기록하며 지난해의 10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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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통계 낮지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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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천안에서 도시형생활주택 시행사업으로 급성장한 A건설은 최근 서울 용산으로 사업지를 확장했다가 미분양 사태를 맞았다. 이 회사는 분양가를 낮추고 임대까지 내놓았지만 현재 건물은 폐허 상태가 되고 있다.
수년간 분양시장이 호황을 누리며 통계상 미분양 수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장은 이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지난해 6월 2082가구에서 올 1월 1094가구로 절반가량 줄었다. 전국적으로 봐도 같은 기간 1만8718가구에서 1만988가구로 미분양이 감소했다. 강남과 용산은 미분양 물량이 ‘0’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실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통계상 수치는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청약홈에 등록되지 않은 깜깜이 분양도 많고 실제론 미분양된 곳이 넘쳐난다”고 귀띔했다. 실제 올 1분기 오피스텔 분양시장을 보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을 통해 공급된 전국 12개 오피스텔 가운데 8개가 미분양 물량을 남겼다. 수도권 오피스텔의 경우 같은 기간 선보인 9곳 중 7곳이 미분양됐다. 경기도에선 신규 분양한 6곳의 오피스텔 모두 청약 미달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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