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숙박업은 전례 없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자신의 집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공유숙박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처음 완화됐던 5월 이후 국내 관광이 크게 회복이 됐지만 서울의 관광은 여전히 힘든 상태다.
서울 용산구 보광동 집에서 공유숙박업을 하며 생업을 꾸려온 조소라 씨(29)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갑자기 숙박 예약이 주저앉았다. 그때 떠오른 것이 예쁜 실내 디자인을 활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전부터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 조씨는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홈 스튜디오` 소개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예약이 들어오고 그의 집은 재빠르게 다른 용도로 재편됐다.
조씨의 집은 고유 기능인 주거에 더해 숙박으로도 이용되다가 이제는 홈 스튜디오 공간으로까지 확장됐다. 이제 집은 다양한 용도를 껴안고 있다. 재택근무를 위한 오피스 공간이 대표적인 사례다. 동시에 빠른 용도 전환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조씨에 따르면 숙박만 할 때와 비교해 수입이 오히려 110~120% 늘었다. 유연한 용도 전환이 위기를 극복하게 해주고 오히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처럼 용도 전환을 통해 위기 극복에 나서는 사례는 개인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호텔업계에서도 비슷한 예를 볼 수 있다. 서울의 한 유명 호텔은 6월부터 두 달간 `호텔에서 오피스` 상품을 판매했다.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사무직을 겨냥한 이 상품은 오전 8시 얼리 체크인과 다음날 저녁 7시 레이트 체크아웃을 허용했다. 호텔 1박 예약만으로 이틀간 호텔 시설을 이용하며 리모트 워크를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휴가철에도 서울시내 5성급 호텔 평균 객실 가동률이 30%를 넘어서지 못하자 고육지책으로 `용도 전환`을 꺼내든 셈이다.
이렇게 공간의 용도 전환을 통해 바뀐 환경에 적응하려는 모습은 사실 예전부터 자주 등장해왔다. 주거지였던 곳에 하나둘 카페가 생기고, 외부에서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외부 환경 변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렇게 그 동네 전체가 근린생활시설로 바뀌어 버리는 용도 전환 사례는 지난 몇 년간 `젠트리피케이션` 논쟁과 함께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다.
그보다 앞선 2006~2007년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기 시작하면서 `서비스드 레지던스`가 증가하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오피스텔과 비슷한 구조로 실내에서 취사가 가능하며 청소와 같은 호텔식 서비스가 제공되던 레지던스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며 크게 성장했다. 이후 호텔업계가 반발하면서 이것이 과연 숙박업이냐 혹은 임대업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고 결국 `생활숙박업`이라는 새로운 업태가 등장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숙박업과 임대업이 뒤섞여 있는 예는 모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부 모텔은 오래전부터 `장기입실 문의`를 입구 전면에 내걸고 `달방` `단기방` `장기방` 등으로 부르며 장기투숙을 받고 있다. 공실률을 낮추며 사업을 이어가는 방편이다.
다시 시간을 현재로 돌려보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기존 오피스빌딩을 매입해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이 섞여 있는 복합공간으로 조성하는 시도가 늘고 있다.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본사 사옥을 매입한 한 부동산 투자전문 운용사는 이 빌딩 1~3층은 식당가로, 상층부는 생활숙박시설 등으로 조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 역시 오피스 공실이 늘어나고 도심지 주거 수요가 높아지는 등 수요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큰 빌딩 전체의 용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등과 같은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무수히 쏟아지는 상황 자체가 바로 외부 환경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유연한 용도 변화가 위기를 극복하는 힘이 된다.
[음성원 도시건축 전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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