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지키기

"앞으로는 0.25%p씩 금리인상.. 연말 3%가 합리적"

부알_못 2022. 7. 14.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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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물가 상승률이 6%이고 기대 인플레이션(일반인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 물가 수준)이 4%까지 가는 상황입니다. 이건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너무 높은 수준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72년 한은 역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뒤 기자 간담회에서 “고물가 고착화를 막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 정책을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8년 이후 24년 만에 6%(6월)로 치솟은 물가를 제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빅스텝’은 불가피했다고 했다.

 

 이 총재가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하며 예고대로 ‘인플레 파이터’로서 면모를 보였지만 고민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유동적이고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높아지는 금리 역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기 둔화하더라도 물가부터 잡는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을 꺾으려면 경기 둔화를 어느 정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물가가 올라가고 경기도 나빠지면 어느 쪽에 중점을 둬야 하느냐는 건 어려운 질문”이라면서도 “저희 입장은 (물가가) 6%가 넘는다면 경기보다는 물가를 먼저 보는 것이 전체 경제 운용에 좋다는 것”이라고 했다.

 

 경기 둔화 징후는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 감소에 이어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증가 폭(84만1000명)이 3개월 만에 감소했다. 한은은 통상적으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경제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본다.

 

 이 총재는 “경기 하락 위험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 올해 경제 성장률은 2%대 중반은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두 차례 (금리를) 더 올려도 긴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연내 추가적인 ‘빅스텝’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는 “물가 정점을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로 전망한다”며 “물가 흐름이 현재 전망하고 있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올해 남은 세 차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모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면 11월부터는 연 3%에 도달한다. 일부 시장 전문가는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 금리가 2.75%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해 연 2.25%로 높였다. 빅스텝(기준 금리 0.5%포인트 인상)은 한은 설립 이후 처음이다. 

 

◇연준 금리 인상 속도 등이 변수

 

 향후 한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 가운데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다. 연준은 41년 만에 9.1%(6월)까지 치솟은 물가에 맞서 오는 26~27일(현지 시각)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6월에 이어 2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한은의 ‘빅스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가 한국 2.25%, 미국 2.25~2.5%로 역전된다. 한은도 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여야 할지 고민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금리 역전이 벌어져도 자본 유출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과거 세 차례 금리 역전이 있었고 차이가 1%포인트까지 가기도 했다”면서 “현재는 원화뿐 아니라 주요 통화가 모두 (달러화 대비) 절하되고 있기 때문에 외환 위기나 금융 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미 통화 스와프 재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오는 19~20일 방한해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창용 총재와 잇따라 양자 회담을 할 예정이라 스와프와 관련된 논의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

 

 작년 말 종료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면 달러당 1310원을 넘나들며 1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환율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통화 스와프는 한국 경제가 불안한 것 아니냐는 신호로 보여서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현재 외환 보유액으로도 충분히 환율 방어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