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도지역은 주거·상업·공업·녹지와 같이 그 땅에 쓰임새를 정하고 그에 따라 밀도(건폐율·용적률)도 함께 부과된다. 예컨대 주거지역에는 주거만, 상업지역에는 업무시설 등만 들어설 수 있다. 밀도 역시 서울시 조례 기준 2종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은 200%, 준주거지역은 400%, 상업지역(중심상업)은 600% 등으로 제한한다. 이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고 주거와 상가, 오피스 등 다양한 수요가 있지만 주거지역으로 묶여 효율적인 개발이 어려운 곳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용도지역제는 제한된 땅을 효율적이고 계획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88년 전 도입됐지만 융·복합 시대에 따른 개발수요와 상관 없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미리 규정해 경직성이 강하다.
이에 정부는 '혁신구역'을 만들어 현재 용도지역제를 뛰어넘는 '화이트 조닝 도입'을 추진한다. 화이트 조닝이란 특정 용도로 지정하지 않은 구역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고밀화된 주거기능을 갖추는 '고밀주거지역' 신설 △민간사업자가 규제 없이 자유롭게 개발 가능토록한 '도시혁신계획구역' 도입 △주거·상업·여가 등 도시기능의 융·복합을 위한 '복합용도계획구역' 도입 등이다.
화이트 조닝 적용 사례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개발'이 대표적이다. 싱가포르는 노후화한 항만 배후단지를 주거·국제업무·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하는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이때 허용된 범위 내에서 개발사업자가 용도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남진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고 같은 용도여도 사용법이 다를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도시 모습을 구성해야 한다"며 "용도와 밀도를 분리해 상업지에서도 용적률을 200%로 지정하는 식의 유연한 제도 개선도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용도지역 변경을 위한 '혁신구역'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자체의 권한이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교수는 "지역마다 필요한 용도가 다르고 이는 지자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혁신구역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자체가 가질 때 용도지역을 더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