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보증금 지키기

연쇄 대출중단에 '패닉'.."평생 월세 살아야 하나, 맘 찢어진다"

부알_못 2021. 8. 2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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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사실상 부동산폭등의 원인으로 판단한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인 대응에 나서자 시중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기존 대출한도에 맞춰 이사를 준비하거나 전셋값을 마련하려던 실수요자들은 갑작스런 대출 옥죄기로 인해 패닉에 빠졌다. "정부가 내집마련 사다리를 끊었다"는 불만을 제기한다.

농협부터 카카오까지…은행들 '연쇄 대출 중단' 선언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오는 24일부터 11월 30일까지 가계 부동산담보대출의 신규 취급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또 전세대출, 비대면 담보대출, 아파트 집단대출도 신규 접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연간 6% 이내로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넘어섰다는 게 대출 중단의 이유다.

우리은행은 20일부터 전세자금대출 신규 취급을 대폭 제한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 18일부터 담보대출 중 일부 상품의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카카오뱅크는 마이너스통장 등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장 집을 마련하거나 전세를 구해야하는 신혼부부와 같은 실수요자들은 피해를 입게됐다. 올해 10월 결혼을 앞두고 있는 A씨는 "10월 초에 입주하는데 전세대출 2억원 정도 가능하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다"며 "전세자금대출은 투기 용도도 아닌데 갑자기 불가능하다고 통보를 받아 다른 은행들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1주택 실수요가 가운데 최근 큰 집으로 '갈아타기'를 하려고 준비하던 이들도 피해를 입게됐다. 결혼을 준비 중인 직장인 B씨는 지난달 살고있던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를 팔고 대출 가능금액에 맞춰 조금 더 큰 평수의 성북구의 아파트를 계약했다. 기존에 살던 집은 이미 매수자와 계약을 체결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출이 막히면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B씨는 "잔금일인 9월 말에 맞춰 대출을 진행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며 "계약을 포기하면 기존에 살던 집과 이사갈 집에 대한 계약금 모두를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라 제2금융권까지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미 승인받은 오피스텔 잔금대출이 취소됐다는 사례도 게시됐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농협지점은 P오피스텔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예정된 잔금대출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을 올린 C씨는 "집이고 아파텔이고 전체금액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매매)시작도 못하겠다"며 "평생 공공임대나 월세로 살아야 하나.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있다. 한 청원인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이 리스크와 기회를 판단해 자금을 운용할 자유가 있다. 무리하다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그건 최소한의 범위에서 충분히 숙고된 조치여야 한다"며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금융당국을 비판했다.

모든 은행 대출길 막힌 건 아니라지만…"풍선효과 우려"

금융위는 아직 가계대출 증가율 한도에 못 미치는 은행은 정상적으로 대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요자들은 다른 은행들까지 연쇄적으로 대출중단이 이어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경우 내집마련에 심각한 차질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30대 직장인은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예상(대출)가능한 범위 내에서 큰 집으로 이사가려고 한 것뿐인데 이렇게 군사작전하듯 대출 길을 막아버리면 앞으로 어떻게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냐"고 토로했다.

대출규제 강화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택구입을 고려한 30~40대 수요층을 중심으로 "내집마련 사다리를 완전히 끊었다" "이번 정부에선 내집마련 포기" 등 거센 반발도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