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관련

다주택자 때린다던 김현미, 다주택자에 꽃길 깔아줬다

부알_못 2020. 7. 6.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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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아도 넘치고

지난해 12월 12·16대책에서 정부는 1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5일까지 서울시 아파트 매매계약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 5~6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1만4635건 중 15억원 초과가 10건 중 하나인 1만475건이었다. 12·16대책이 나온 지난해 11~12월 15억원 초과 거래 비율(8.6%)보다 올라갔다.

15억원 초과 거래는 12·16대책 후 올해 1~4월 전체의 5% 미만으로 줄었다가 5월 이후 급증했다. 10~20평대 소형 아파트가 3.3㎡당 1억원까지 올라 거래됐다.

자료: 서울시



#낮은 곳으로 흐르고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 청주(3.78%)다. 서울이 0.13%였다. 청주 아파트값은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50개월 연속 하락했다. 집값이 크게 내린 데다 지난 5월 초 방사광가속기 유치라는 호재가 등장했다.

5월 청주 아파트 매입자 지역별 분포에서 서울이 117명으로 전달(52명)의 2배로 급증했다. 청주가 속한 충북도 이외 비율이 40% 정도였다. 방사광가속기 이슈가 달아오르기 전 예년에는 15% 안팎이었다.


#틈새로 삐져나오고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신곡리 수기마을힐스테이트 3단지 156㎡(이하 전용면적). 지난달 26일 7억원에 실거래가 신고됐다. 10여일 전인 지난달 13일 신고가격이 5억9900만원이었다.

김포는 정부가 지난달 6·17대책 때 수도권 대부분으로 확대한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이후 지난주까지 2주간 김포 아파트값 상승률이 2.79%로 경기도(0.62%)의 5배에 가깝다. 올해 들어 6·17대책 전까지 김포 누적 아파트값 상승률이 0.35%로 경기도(5.53%)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자료: 국토교통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 6·17대책 이름이다. 현 정부의 첫 종합 부동산대책인 2017년 8·2대책 이름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었다.

처방이 비슷한데 8·2대책 이름엔 ‘실수요 보호와 투기수요 억제를 통한’ 이란 수식어가 붙었다. 6·17대책은 제한할 것 없는 ‘닥치고’ 안정화 방안이다.

3년간 20차례의 크고 작은 대책이 겉돌며 주택시장 안정이 되레 뒷걸음친 셈이다.

시장은 '투기'에 점령되다시피 했다. 정부가 지목한 ‘투기꾼’이 다주택자에서 무주택자로 확대됐다.

정부는 8·2대책 배경 설명에서 ‘투기 목적의 수요’로 다주택자의 추가적인 주택구매를 꼽았다. 6·17대책에선 법인 거래와 함께 ‘갭투자’를 들었다. 갭투자는 주택 소유 여부나 보유 주택 수에 상관없이 임대보증금을 승계한 구매다. 김 장관은 6·17대책 뒤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무주택자가 갭투자하는 비율이 43%”라고 말했다.


"투기 억제"→"투기와 전쟁"

정부는 다급해졌다. '투기 억제'에서 “투기와의 전쟁”(올해 1월 대통령 신년사)으로 대응 수위를 높였다.

자료: 국토부

하지만 전세가 정부에 아주 불리하다. ‘투기’의 화력인 유동성이 급격하게 늘었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으로 몰릴 수 있는 여유 자금을 뜻하는 유동성 지표인 M2 통화량이 지난 4월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기며 8·2대책(2484조원)보다 20% 증가했다. 이 기간 늘어난 아파트 수가 10%가량이다.

금리가 확 내렸다. 금리가 내려가면 자산가치가 그만큼 올라가는데 기준금리가 현재 0.5%로 8·2대책 때 1.25%의 절반도 안 된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3.28%에서 2.52%로 내렸다. 같은 소득으로 대출을 14% 더 받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닥치면서 전세가 갑자기 더욱 악화했다. 코로나의 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돈 풀기로 유동성이 더욱 늘어나고 0%대 초저금리는 상당 기간 지속할 것 같다.

집값 잡기는 흔히 두더지 잡기나 소방수의 불 끄기에 비유된다. 더 세게 내려친다고 두더지를 잘 잡는 것도, 물을 세게 튼다고 불을 잘 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초등학생에서 혈기왕성해진 청소년으로 자란 자녀를 훈육할 때 목소리 크게 하고 회초리(당연히 때려선 안 되고 비유적인 표현으로) 굵기를 늘린다고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다. 질풍노도의 사춘기 자녀는 엇나가기 쉽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투기라는 ‘야성적 충동’을 길들이려면 정부가 현명한 부모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냥 내버려 둬도 너무 엄격하게 해도 안 된다.

여기다 현명한 부모의 덕목으로 일관성이 중요하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정부 스스로 일관성을 잃고 우왕좌왕하며 시장을 혼란과 불안에 빠뜨렸다.


서민 주거 안전망→암 덩어리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2017년 6월 취임하며 밝힌 대로 정부는 다주택자를 주택시장에서 축출하기 위해 밀어붙였다.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에 다주택자 중과를 부활하거나 신설했다.

그런데 다주택자를 밀치며 나가라고 앞문을 연 8·2대책 후 불과 넉 달 만에 ‘꽃길’(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을 깔아놓고 뒷문을 활짝 열었다. 다양한 세제 혜택을 줘 다주택자의 주택 매수를 자극한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2017년 12월 13일)이다.

다주택자는 기존에 가진 주택 외에 새로 매수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2017년에 비해 2018년 서울에서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이 5000가구가량 늘었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6·17대책의 재건축 조합원 분양자격 강화와도 상충한다. 정부 정책에 따라 임대주택 등록을 한 사람은 2년 거주 분양자격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가 다주택자 규제라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에 정면으로 배치하는 역효과를 내면서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민의 든든한 주거 안전망'(김현미 장관)으로 현 정부의 기대를 모았던 등록 임대주택은 '암 덩어리'(이준구 교수)가 됐다.


무거운 보유·양도세, 가벼운 거래세

정부는 다주택자가 시장에 들어오는 문턱을 그대로 뒀다. 양도세와 종부세를 2주택을 보유한 사람부터 다주택자에 차등 적용하면서 주택 매수에 부과하는 취득세는 손을 대지 않았다. 뒤늦게 올해부터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추가 매수에 4% 세율(기존 1~3%)을 적용한다. 당초 2주택 이상자를 대상으로 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처리 과정에서 3주택 이상자로 완화됐다.

변세일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의 주택시장 진입을 차단하려면 취득세율을 높여 진입 부담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소득 과세도 월세는 2주택부터지만 전세는 3주택부터다. 전세보증금이 갭투자의 디딤판이어서 다주택자나 갭투자 규제라는 정책과 어긋나는 대목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전세가 집값 변동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자료: 국토부

현 정부는 박근혜 정부를 딛고 들어섰지만 주택정책에서 계승한 부분이 규제 지역을 ‘선별적’으로 정해 강도를 달리하는 ‘맞춤형’의 ‘핀셋’ 규제다.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는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인 불안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선별적·맞춤형 대응 방안으로 조정대상지역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현 정부에서 조정대상지역은 기존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 분양가상한제지역 등을 제치고 가장 중요한 규제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풍선효과 악순환 낳는 선별적 규제

하지만 유동성이 주체하기 힘들 정도로 넘치는 시장에서 핀셋 규제는 풍선효과와 규제 확대의 악순환을 반복하는 두더지 잡기식 대책으로 이어졌다.

주택시장의 기본 플랫폼이 돼야 할 정책이 핀셋의 움직임에 따라 임기응변식 단기 대책으로 변질했다. 세금과 가격은 주택시장 참여자의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기본으로, 장기적이어야 하는데도 수시로 달라졌다.

정부가 다주택을 투기의 온상으로 본다면 지역이나 시기에 상관없는 정책일 필요가 있다. 분양가는 주택 수요와 공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신호이고 긴 시간이 걸리는 주택공급 특성상 단기적으로 변동돼서는 수급을 불안하게 한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분양가 규제를 수시로 변하는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제한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