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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헌 심판대 오른 "유류분"

부알_못 2020. 9. 16.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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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 제도란 법정 상속분의 일정 지분을 반드시 유족의 몫으로 남겨두는 제도임.

 

최근 민법 1112조 등 유류분 근거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고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해당 조문은 직계 비속·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배우자는 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남기도록 한 내용이다. 유족의 생활보장을 위해 만들어진 조문이다.

이 재판부는 전모씨 등이 낸 유류분 청구 소송을 심리중이었다. 2014년 사망한 박모씨는 아내와의 사이에 네 아들을 두고 있었는데 사망 직전 두 아들에게만 부동산을 증여했다. 그러자 부동산을 받지 못한 자녀들이 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유류분 반환 소송을 냈다.

현행법에 따르면 피상속인이 사망하며 유언으로 한 사람에게 재산을 몰아주거나 사회단체에 기부하더라도, 상속인들이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면 받은 사람들은 돌려줘야 한다. 박씨처럼 자녀가 넷인 경우 배우자는 1.5, 자녀는 각 1의 비율로 상속하므로 자녀 1명당 법정상속분은 11분의 2(1.5:1:1:1:1의 비율)이다. 유류분은 그 2분의 1인 11분의 1이다. 유언으로 11억원을 한 자녀에게 몰아 줬더라도 다른 자녀들이 소송을 내면 1명당 1억원씩은 내놔야 한다. 그렇게 소송을 당한 자녀들이 유류분 조항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는 신청을 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위헌심판제청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유류분 제도가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라고 했다. 유류분제도를 뒷받침하는 관념인 ‘가산(家産)’에 대한 전제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유류분 도입 당시인 1977년에는 인구 40%가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형식상 아버지 명의 논밭이더라도 사실상 같이 농사를 짓는 가족의 재산일 수 있었다. 하지만 2017년만 해도 농가 비중은 4.4%에 불과하고 자녀들도 각자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가족 전체 재산’ 개념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류분의 근거인 ‘유족들에 대한 부양의 필요성’ 또한 현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평균 수명이 62.3세였지만 2018년 기준 평균수명은 82.7세로 늘어났다. 즉 자녀들도 경제적으로 독립한 지 한참 후에 사망하기 때문에 ‘자녀 부양’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속재산은 근본적으로 피상속인의 것으로, 어떻게 처분할지는 그의 자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상속인이 몇십 년 전에 한 증여나 공익재단에 대한 증여까지 반환 대상이 돼 공익에도 반한다” 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하면 헌재가 사전심사 없이 유류분 근거 조문에 대해 위헌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미 같은 조문에 대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 헌재가 심리중이다. 헌재는 2010년과 2013년, 유류분을 산정 방식을 정한 조항의 위헌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당시 “유류분제도는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했지만 정면으로 제도 자체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적은 없었다.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2008년 295건에서 2018년 1317건으로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소송까지 진행되지 않은 분쟁도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한 사람의 ' ‘재산처분의 자유’와 남은 후손들의 ‘상속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배인구 변호사는 “유류분 제도가 폐지되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했다.